김기운 (송원고 2학년)

김기운 (송원고등학교 2학년. 19세) 묘역번호 4-95

  • 안장장소 : 국립5·18민주묘지
  • 묘역구분 : 4묘역
  • 묘역번호 : 4-95
  • 성 명 : 김기운
  • 출생년도 : 1962-06-22
  • 사망일자 : 1980-05-21
  • 이장일자 : 2002-01-01
  • 직 업 : 고등학생

1980년 5월 21일 전남 도청 부근에서 사망하여 시립공원 묘지 3묘역에 무명열사로 묻혀 있던 중 22년 만에 DNA 감정으로 가족을 찾아 이곳에 안장되었음.

김기운은 고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광주로 올라와, 송원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기운의 공부를 돕기 위해 할머니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할머니와 기운은 학2동에 셋방을 얻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5월 20일 광주에 휴교령이 내려진지 하루 뒤였습니다.
밖에 나가려는 기운을 할머니는 밖이 시끄러우니 나가지 말라며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기운은 옆방에서 자취를 하며 기계공고에 다니던 친구 노정열과 함께 몰래 시내로 나갔습니다. 그날 기운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밤늦게야 돌아온 김기운을 할머니는 꾸중했습니다. 그러나 기운은 내일도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시민들이 투쟁을 하고 난리인데, 할머니는 모르시면서 그래요.”
유소례는 펄쩍 뛰며 애걸복걸 말렸으나, 5월 21일에도 김기운은 할머니 몰래 옆방 친구와 함께 시내로 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러고선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된 할머니는 고흥에 있는 기운의 숙부 김형태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기운이가 나갔는데 안 들어온다.”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지금 난리통 속이라 차도 안 다니는데 어디에 있다가 들어오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기운은 아무런 소식도 없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그가 갈만한 곳들을 돌아다니며 김기운을 애타게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5월 27일, 결국 고흥에서 가족들이 올라왔습니다.
김기운의 가족들은 도청 앞 상무관에 시신들이 많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리로 달려갔습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시신을 확인하러 왔다고 하자, 늦었으니 내일 오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다음 날 찾아간 상무관에는 시체도 관도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청소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사정했으나 시신들은 망월동으로 가져갔다는 말 외에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막막한 마음에 가족들은 시신이 있다고 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 헤맸습니다.

화순 너릿재, 제일자동차교습소 부근, 산동교, 송암동 분뇨처리장, 교도소 부근 야산까지 샅샅히 뒤졌으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간 그 모든 장소는 이미 흔적도 없이 정리된 상태였습니다.

1980년 6월 초, 광주광역시에서 실종자 신고를 받는다는 공고가 내려왔습니다. 당시 광주의 사람들은 연락이 끊긴 가족이 있으면 모두가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광주시청 사회과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2년 후, 할머니는 손자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눈물과 한숨으로 앓다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1985년 6월, 가족들은 정부에 기운을 행방불명자로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기운이 5·18과 관련하여 사망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 행방불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공문 뿐이었습니다.

결국 숙부 김형태는 기운의 친구 정열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숙부는 어렵사리 서울에 살고 있던 기운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5·18 당시의 기억을 전해듣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1980년 5월 21일 기운과 시내로 나가던 중 전남대학교 병원 부근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총소리가 났고, 서로 흩어져 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때 헤어져 본인은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친구인 정열은 집에 돌아왔지만 기운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증언을 토대로, 1988년 5·18 특별법에 의해 김기운은 사망자로 규정되고 보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2001년 10월 망월동 시립공원묘지 3묘역에 매장된 무명열사 11기에 대한 유전자 감식이 이루어졌고, 그동안 김기운이 3-110에 묻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김기운의 시신은 국립 5·18 묘지에 안장되게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