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현(동신중학교 3학년)
박기현 (동신중학교 3학년. 15세) / 묘역번호 1-8
- 안장장소 : 국립5·18민주묘지
- 묘역구분 : 1묘역
- 묘역번호 : 1-8
- 성 명 : 박기현
- 출생년도 : 1966-02-08
- 사망일자 : 1980-05-20
- 이장일자 : 1997-05-04
- 직 업 : 중학생
- 사망장소 : 계림극장 동문다리 부근
- 사망원인 : 뇌좌상, 두부‧배흉부‧전흉부‧우완상부‧다발성 타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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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 네가 떠나던 오월이 이렇게 푸르렀는지 비석 위 햇살은 거짓말처럼 내려온다. 그 순진한 입술 위로 터져나온 붉은 혈은 언제쯤... 언제쯤이나 멈출 수 있을까. 너의 못다 핀 젊음이 네 묘지 앞 민들레로 살아난 듯 싶구나.
15세 소년이 시민군의 연락병?
1980년 5월 20일, 중학교 3학년이던 박기현은 수학여행을 다녀온 참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선물 한 꾸러미를 전하고 난 뒤, 그는 책을 사러 자전거를 타고 소란스러운 거리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계림동의 한 책방에서 책을 사가지고 나오던 길, 계엄군을 마주쳤습니다.
“너,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데모꾼들 연락해주고 다니지? 너 연락병이지.”
계엄군은 다짜고짜 기현을 폭행하였습니다.
“아니에요. 중학생이에요.”
그는 항변했지만 계엄군의 구타는 아랑곳없이 지속되었습니다.
계엄군은 결국 박기현을 어디론가 끌고 가버렸습니다.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이모 병간호차 대전에 있던 엄마도 간신히 광주로 내려와 박기현을 찾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를 보기만 하면 쫒아다니던 중, 전대병원까지 간 아버지의 눈에 띈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얼굴이 천으로 가려진 아들네 학교의 교복바지였습니다. 시신 위에는 ‘박기-’라고 쓰인 종이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아마 기현이 죽어가며 마지막으로 남긴 이름이었을 것입니다.